베토벤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 작품들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그 중 한 곡인 피아노와 클라리넷, 첼로 삼중주 ‘거리의 노래 Gassenhauer’라는 부제가 첨부되어 있는데, 실제로 베토벤이 살던 시대 빈 거리에서 유행하던 노래를 주제로 사용했다. 베토벤 시대의 빈의 문화를 음악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베토벤의 또 다른 작품인 플루트와 바이올린, 비올라를 위한 세레나데는 베토벤이 빈에 입성한 초기 피할 수 없었던 모차르트의 영향을 만끽할 수 있는 음악이다. 빠른 악장으로 시작해 마무리 되는 점, 그 사이에 삽입된 느린 악장과 미뉴에트는 빈고전주의의 조화로움을 반영한다. 베토벤의 실내악을 사이에 두고 이날 공연의 처음과 끝은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이 자리를 잡아 독일 대 프랑스라는 대비를 형성한다.
생상스의 덴마크와 러시아 아리아에 의한 카프리스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연주여행을 떠나게 된 작곡가가 러시아 황후를 위해 작곡한 실내악 곡이다. 러시아 민요와 덴마크 민요가 함께 테마로 사용된 까닭은 러시아 황후가 본래 덴마크 공주였다는 점에 기인한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각기 다른 목관악기들이 피아노와 함께 색채미가 두드러진 음향을 선사한다.
루셀은 드뷔시 및 라벨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이지만 동료들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소유자였다. 바로 직전에 연주되는 베토벤의 세레나데보다도 더욱 전통적인 형식과 선율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