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731회 정기연주회 ‘평화를 향한 인류의 노래’
<레퀴엠>은 죽은 이를 기리고 추모하는 가톨릭의 엄격한 제식음악이지만, 벤자민 브리튼은 여기에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넣어 인류평화와 전쟁 없는 세계의 이상향을 노래하고 있다. 1962년 5월 30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의 공습으로 파괴적 참상을 입은 영국 코벤트리 대성당의 재헌당식 기념음악회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3명의 독창자와 혼성합창,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이 총동원되는 장대한 구성에, 연주시간만 한 시간 반 가까이에 이르는 대곡이다. 모두 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전적인 진혼미사곡의 순서와 형식에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내용은 보다 현대적이다. 라틴어로 된 전통적인 레퀴엠 가사와 1차 대전에 종군했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청년 시인 윌프레드 오웬의 시를 함께 텍스트로 삼았다. 무겁고 어둡게 가라앉은 음악은 전쟁의 참상과 스러져간 이들에 대한 추모의 상념을 담았고, 맑은 음성으로 울려 퍼지는 어린이들의 찬송가는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희구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