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를 서울시향은 레퀴엠으로 시작한다. 흔히 ‘진혼곡’이라 번역되는 레퀴엠Requiem은 본래 ‘안식’이란 뜻의 라틴어로, ‘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ne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옵소서‘로 시작되는 도입부 합창의 첫 단어를 딴 것이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고통 받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표시이자, 불행한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을 나서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역설적인 선언문이다. 시즌 첫 번째 정기공연에서 시작되는 레퀴엠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낸다.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와 같은 핀란드 작곡가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은 금관 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작품으로, 특히 팡파르로 점철된 첫 곡은 출사표를 던지듯 진취적이기까지 하다. 다케미츠의 레퀴엠은 반대로 현악 앙상블로만 이뤄져 있다. 작곡가 본인이 생사를 넘나드는 오랜 투병 끝에 회복한 직후 쓴 작품으로 죽음을 근처에서 경험한 자신에 대한 위로와 더불어 생에 대한 잔잔하면서도 끈질긴 의지가 현 위로 서늘하게 뿜어져 나온다.
두 편의 가사 없는 레퀴엠에 이어 연주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모차르트가 미완성으로 남긴 이 작품은 여러 조력자와 후배 음악가들의 노력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