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단장 성시연)가 마스터시리즈 두 번째 무대로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봄의 제전>은 20세기 초 현대음악의 개막을 알린 음악사상 최대의 문제작 중 하나.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된 '봄의 제전'은 원초적이고 강렬한 리듬, 대담하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20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5박자, 7박자, 11박자 등 변칙적인 박자와 선사 시대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리듬, 5관 편성의 대규모 관현악단이 들려주는 위압적인 음향 등 그야말로 전통을 향한 반항과 도전의 표상이다.
원래 발레음악으로 작곡된 <봄의 제전>은 초연 당시 관객들의 야유로 공연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받치는 이교도적 의식 때에는 청중들이 분노하고 욕설을 퍼부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러나 이듬해 발레 없이 음악만 연주하자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발레 동작 없이 선율에만 집중하자 음악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봄의 제전>은 연주회용 음악으로 들어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경기필은 이번 공연에서 다듬지 않은 순수한 음향과 도발적인 음색, 변화무쌍한 리듬 등 관객들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밀도 높은 연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오케스트라가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는 것은 관객을 죽음에 비견할 만한 강력한 감동에 이르게 하는 일종의 자격증을 가졌다는 의미"라며 "초연 당시뿐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도 진보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성시연 단장은 “경기필은 마치 북구의 빙하처럼 다듬지 않은 순수함과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가장 큰 매력”이라며 “복잡하고 강렬한 리듬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근원적인 충동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봄의 제전>이야말로 경기필에게 딱 맞는 작품”이라고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에 앞서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선보인다. 이 곡은 엄밀히 말하면 라흐마니노프 작품은 아니다. 2007년 러시아 피아니스트 Alexander Warenberg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짧은 악보에 교향곡 2번을 협주곡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4개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을 전통적인 피아노 협주곡 형식으로 바꿨다. 또한 교향곡의 2악장과 3악장을 하나의 악장으로 합하고, 피날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기 위해 줄였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즘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관현악 부분을 피아노 독주로 편곡한 1악장의 장대한 카덴차는 도입부는 원곡 그대로 사용하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카덴차를 기반으로 완성했다. 이 협주곡을 통해 라흐마니노프의 천재성을 진정으로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