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정원에 핀 정열의 꽃’
스페인 근대 음악의 기수들이 남긴 기념비적인 명곡을 한 자리에서 듣는다.
호아킨 투리나의 〈환상의 춤들〉은 스페인 민속 무곡 특유의 불꽃같은 열정을 드뷔시적인 색채 감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 낸 곡이다.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은 스페인 기타 음악 역사상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힌다. 광활한 스페인의 대지에서 느껴지는 약동하는 싱그러운 생명력이 리드미컬한 기타의 울림으로 제시되고, 깊은 사색으로 빠져드는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세계가 목관 솔로와 담담한 기타의 나지막한 대화 형식으로 이어진다. 섬세한 감수성과 놀라운 기교적 완성도로 유명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비르투오소 기타리스트 라파엘 아귀레가 협연을 맡았다.
파야의 〈삼각모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찰나적 열정과 현세적 삶에의 무한한 긍정 등 스페인 특유의 인생관을 남김없이 표현해낸 관현악 곡이다. 러시아의 발레 무용가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작곡되었으며, 플라멩코 등 스페인의 민속 춤곡과 클래식 발레, 근대 프랑스 관현악의기법 등이 행복하게 어우러져 있다. 피레네 산맥 서쪽 이베리아 반도가 지닌 신비로운 열정과 깊은 문화적 전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