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오스모 벤스케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 레퍼토리로 선택했다.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 아슬아슬하게 성사되었던 이 공연은 이전 시대와 다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출사표로 다가왔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악단인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함께 완성한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로 동시대 최고의 말러 해석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런 그의 말러 교향곡 연주 소식은 말러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말러는 이 교향곡 10번을 완성시키기 전 숨을 거두었다. 당시 작곡가는 전체 뼈대만 완성된 자필악보를 파기해달라고 유언했다. 유언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말러의 애제자 브루노 발터와 음악학자 아도느로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인 알마는 이를 거부하고 이 곡을 완성시키기 위해 크셰네크, 카펜터, 볼슐레거 등 여러 음악가들의 손을 빌렸다. 하지만 교향곡 10번에 가장 큰 공을 들인 인물은 영국 음악학자 데릭 쿡 버전으로 알마의 최종 승인을 받은 유일한 판본이기도 하다. 쿡은 1960년 첫 판본을 소개한 이후 미공개 악보를 추가해 1964년 제1판을, 1972년 작곡가 매튜스 형제와 협력해 제2판을, 그리고 1976년 3번째 판본을 발표했다. 데릭 쿡 버전의 강력한 옹호자인 오스모 벤스케는 이 세 번째 판본을 사용한다. 서울시향은 2010년에도 미국 지휘자 고(故) 제임스 드프리스트와 함께 한국초연 당시 이 판본을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