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지의 풍경을 가로질러 고독한 트럼펫이 황혼을 부른다. 이 장면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의 오프닝이다. 브루크너의 영웅 바그너가 이 곡을 듣고 대단히 감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브루크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위대한 낭만주의 교향곡 전통의 서곡에 불과할 뿐으로, 오늘 위대한 지휘 전통의 상속자인 미하엘 잔덜링은 우리를 어두운 계곡과 황금빛 정상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공연 1부의 마지막 순서로 오스트리아 전통에 대해 무정부적인 해석을 시도한 하인츠 칼 그루버의 작품을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 곡 또한 트럼펫 독주로 시작되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트럼펫 주자이자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