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앙상블 <소리> 제8회 정기연주회 메시앙 탄생 100주년 기념 ‘메시앙, 그리고 지금’
현대음악앙상블 <소리>는 청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하여 ‘현대음악 이야기’라는 기획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에 경기도 영어마을에서 원어민 교사의 해설로 ‘어린이들을 위한 현대음악’ 연주회로 시작하여, 지난 6월 ‘Minimal Music’, 10월 ‘Maestri Italiani’로 이어갔다. 12월에 열리는 제8회 정기연주회는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메시앙, 그리고 지금’(Messiaen, et Maintenant)으로 선정되었다. 올 해 음악계의 화두 중에 올리비에 메시앙은 매우 큰 영역을 차지한다. 수많은 음악회가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타이틀로 내걸었으며, 그 어떤 때보다 메시앙의 작품을 자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메시앙의 실내악곡이 극히 적어 실내악 연주회에서는 <주제와 변주>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 등을 연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올 해 세 번째 연주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그 의미를 한껏 드높인다. 우선 <그리스도의 승천>을 연상케 하는 바이올린을 위한 <환상곡>과 초기 성악작품인 <숫자의 죽음>은 국내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만년에 작곡된 메시앙 최후의 실내악곡 <피아노와 현악사중주를 위한 작품>은 새로운 발견이다. 메시앙 만년의 스타일이 녹아있는 이 진귀한 작품은 메시앙의 실내악을 바라보는 안목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다.
전반부에 메시앙의 작품과 함께 연주되는 트리스탕 뮈라유는 메시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자 중 한 사람이자 메시앙 이후 프랑스를 이끈 ‘스펙트럴 음악’의 핵심에 선 작곡가로, 클래식을 소재로 한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18권에서 노다메가 연주해야할 곡목에 그의 작품 <라 망드라고르>가 포함되어 국내 음악 팬에게도 알려졌다. 이번에 연주되는 <종을 통과하는 잎사귀>를 통해 국내에서 음반조차 구하기 힘든 뮈라유의 음악을, 더 나아가 스펙트럴 음악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후반부는 메시앙의 영향을 받은 타국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칼하인츠 슈톡하우젠은 메시앙의 초기 제자 중 가장 먼저 성공한 작곡가로, 메시앙을 극히 존경했으며 그로부터 받은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우정 안에서>는 클라리넷 독주곡으로, 지난 10월에 있었던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연주회에서 베리오의 <세�차 IX>를 연주하여 청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클라리넷 연주자 안종현이 그 감동을 이어갈 것이다.
도호 음악원 교수인 카네코 히토미는 뮈라유와 함께 프랑스 스펙트럴 음악의 선구자이자 메시앙의 중요한 제자인 제라르 그리제이에게서 수학한 작곡가로, 메시앙이 참여했던 ‘젊은 프랑스’를 1세대, 스펙트럴 음악을 2세대라고 한다면 그녀는 프랑스 현대음악 3세대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카네코의 <연가 II>를 통해 동양인의 정신으로 창조된 메시앙의 유산을 들어보게 될 것이다. 또한 프랑스 리옹과 파리에서 수학하고 현재 수원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은혜의 피아노를 위한 대작 <12지>의 주제를 바탕으로 새롭게 작곡된 10명의 주자를 위한 <모음곡>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 12월 10일 메시앙의 생일에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제8회 정기연주회는, 메시앙을 비롯하여 메시앙의 제자, 그리고 제자의 제자로 이어지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현대음악앙상블 <소리>가 이끌어가는 한국 현대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하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