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게르스타인은 연주의 질과 양 양쪽 모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태미너를 과시하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이 높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다섯 개의 다른 리사이틀 프로그램과 다섯 개의 협주곡 작품들을 가지고 세계 투어를 다녔으며 여기에 추가로 실내악 활동을 병행해왔다. 4월 24일 실내악 공연은 이런 21세기 ‘건반 앞의 타이탄’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키릴 게르스타인이 서울시향 현악 단원들과 함께 연주할 브람스 피아노 5중주는 선배 작곡가로 늘 비교의 대상이었던 베토벤에 대한 회피와 존경의 심정이 이율배반적으로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는 일찍부터 실내악 작곡에 애정이 깊었지만 베토벤이 애착을 가졌던 현악 4중주보다는 현악 6중주라든가 이 피아노 5중주처럼 피아노가 포함된 실내악곡에 더 적극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곡을 통해 브람스는 베토벤 특유의 다이내믹과 강렬한 음악적 언어를 표현하며 자신이 베토벤의 정통 계승자임을 과시하고자 했다.
한편 이날 1부 프로그램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은 두 편의 플루트 트리오곡을 먼저 선보인다. 바흐의 ‘음악의 헌정’은 바흐가 말년에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2세가 제시한 테마를 가지고 완성시킨 대작으로 전체 10곡의 카논과 2곡의 리체르카레(푸가의 초기형태), 1개의 트리오 소나타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이날 연주될 트리오 소나타는 플루트의 전신인 트라베르소, 바이올린,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소나타로 명시되어 있는데, 트라베르소에 애착이 많았던 프리드리히 2세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었다. 막스 레거의 플루트와 바이올린, 비올라를 위한 세레나데 또한 작곡가의 후기 작품이다. 아름다운 플루트 선율과 두 개의 현악기가 다채로운 다이내믹의 변화를 변주곡 형식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