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새로움을 입히다...’

현대 사회는 아이디어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전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 음악도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음악을 바탕으로 많은 아이디어가 탄생되었다. ‘전통에 새로움을 입히다’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작품들을 위주로 기획되었다. 이번 연주회의 곡목은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옛 음악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시작한다. 그 첫 순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인 조스캥의 성악 작품 네 곡을 현악 사중주로 편곡한 워리넨의 <조스키니아나>이다. 이 곡은 고풍스런 원곡을 살리면서 현대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음색을 덧입혀 우리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슈니트케의 <옛 형식의 모음곡>은 그가 옛 양식을 자신의 주요 음악 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의 작품으로, 워리넨처럼 옛 음악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옛 풍으로 작곡함으로써 옛 것이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살아있는 모습임을 보여준다.

자신만의 어법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옛 음악을 이용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최고의 헝가리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는 쿠르탁의 은 슈만의 작품에, 독일 현대음악계의 거장 라헨만의 <세 개의 목소리>는 바흐의 작품에 자신의 창작 세계를 투영한다. 그 결과 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을 이번 무대를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앙상블답게 이번 무대에도 두 명의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 무대에 올린다. 현대음악 앙상블 <소리>의 음악감독인 박창원의 1997년작 <증발된 시간 I>은 전통적인 화음과 바흐에 단편에 현대적인 사운드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옛 것과 새로운 것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작곡가 김성기의 앙상블을 위한 위촉곡은 어떠한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