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낸 베르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걸작 리골레토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16번째 오페라로,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1851년 3월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 대성공을 거두어 베르디는 극장 측으로부터 파격적인 사례금을 받았다고 한다. 원작은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1802~1885의 연극 <환락의 왕 La Roi s’amuse>인데, 이 연극은 프랑스 왕의 비도덕적인 생활을 묘사하여 왕권을 비하했다는 이유 때문에 초연 하루만에 상연이 금지되었으며, 이 때문에 대본을 썼던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는 오페라의 배경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옮기고, 프랑스왕을 이탈리아 공작으로 바꿔 검열의 눈을 피했다. 드라마와 음악적 구성이 뛰어난 베르디 오페라의 진수 이 작품으로 베르디는 이탈리아 음악계에서 확고부동한 지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1막에서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이 여자나, 저 여자나 Questa o quella’,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bile’, 제 2막에서 질다가 부르는 ‘그리운 그 이름 Caro nome’ 등의 아리아를 비롯하여 제 3막에서 리골레토, 질다, 만토바 공작, 스파라푸칠레 등 각기 다른 성격의 등장 인물들이 잘 묘사된 4중창 등 오페라 사상 명곡으로 불리는 음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드라마는 ‘리골레토질다만토바공작’의 삼각형 중심축으로 전개되는데, 각 인물들의 성격 설정이 흥미롭다. 리골레토는 꼽추며 궁중의 광대로 남을 조롱하거나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내면은 딸 질다에 대한 부성애로 가득차 있는 인물이다. 반면 만토바 공작은 고귀한 신분이지만 하는 행동은 고귀함과는 거리가 먼 호색꾼으로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데 여념이 없다. 이 두 인물의 외면적, 내면적 대비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맛볼 수 있으며,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 음악적으로나 드라마 전개에 잘 표현되어 있는 걸작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