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이 현대적인 분위기로 무대를 이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현대음악계를 주도하는 작곡가로 성장한 블라허는 베를린으로 유학 온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을 제자로 받아들여 그에게 ‘당신만의 뿌리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음악을 작곡하라’고 가르쳤다. 그의 음악은 대체로 12음 기법에 의거한데다가 변박자를 사용해 복잡 난해하지만 서울시향이 연주할 파가니니 주제에 대한 교향악적 변주곡은 듣기 그리 어렵지 않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중 24번 테마로 시작하여 다양하고 보편적인 색채로 변주를 이끈다. 힌데미트의 ‘화가 마티스’ 교향곡은 제3제국 시절 독일 음악계를 강타했던 ‘힌데미트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음악이다. 본래 15-16세기 농민항쟁을 주도한 독일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이젠하임 성당 제단의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오페라였지만, 정치색이 두드러진다는 이유로 나치의 검열에 걸렸다. 힌데미트는 그러나 1933년 독단적으로 오페라 중 일부를 발췌, 영국 BBC 심포니와 교향곡 ‘화가 마티스’를 초연했다. 이듬해 제3제국 음악국 총감독으로 있던 푸르트뱅글러가 힌데미트를 옹호하며 베를린필을 이끌고 이 교향곡을 독일 초연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힌데미트는 베를린 음악원에서 쫓겨났고 푸르트뱅글러 또한 베를린 필 지휘자 직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출국 금지처분까지 받았다. 이날 함께 연주될 협주곡은 스크랴빈이 유일하게 남긴 피아노 협주곡이다. 작곡가가 24세라는 젊은 시절 완성시킨 이 협주곡에는 아직 그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쇼팽의 그림자를 물씬 느낄 수 있다(실제로 그는 ‘러시아의 쇼팽’이라 불리기도 했다). 2019년 서울시향이 러시아 순회공연 중 연주한 곡으로, 당시 협연자였던 임동혁이 다시 함께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