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스웨덴 여제(女帝)들의 흥미로운 음악적 만남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 우리 시대 최정상 메조 소프라노로 손꼽히는 안네 소피 폰 오터(Anne Sofie von Otter, 스웨덴, 1955년 생)가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폰 오터는 자신의 모국인 스웨덴 출신의 젊은 소프라노 카밀라 틸링(Camilla Tilling, 스웨덴, 1971년 생)과 함께 국내에서 보기 드문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우아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섬세한 표현, 자연스러운 딕션에 품격 있는 무대 매너까지 두루 갖춘 안네 소피 폰 오터는 ‘무대 위 디바는 소프라노’라는 공식을 깨고 메조 소프라노의 전성시대를 이끌며 지난 3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데뷔 이래 가디너, 아바도, 불레즈 등 정상급 지휘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그녀는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완벽히 소화함과 동시에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팝과 재즈를 부를 정도로 도전적이고 자유분방하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상영되었던 영화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에도 출연해 화제가 되었으며, 프랑스 가곡과 샹송을 멋스럽게 소화한 음반 의 성공으로 변치 않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폰 오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카밀라 틸링은 사이먼 래틀 지휘로 베를린 필과 극적 요소가 가미된 화제의 <마태수난곡>에 출연하는 등 유럽 주요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스웨덴의 ‘스타 소프라노’다.
이번 무대는 19세기 유럽과 미국을 휩쓸며 ‘스웨덴의 나이팅케일’로 불렸던 전설적인 소프라노 예니 린드(Jenny Lind, 1820-1887) 헌정 공연으로 꾸며진다. 두 스웨덴 성악가는 안데르센의 연인이자 멘델스존, 쇼팽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흠모했던 린드에게 헌정됐거나 그녀가 불렀던 노래, 스웨덴 민요 등을 북구의 감성을 듬뿍 담아 들려줄 예정이다. 스웨덴이 가장 사랑하는 과거와 현재의 음악 여제(女帝)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북유럽 어느 호숫가에 앉아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듯 아름답고 청명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