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작곡한 뒤 딸을 잃은 말러는 〈대지의 노래〉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고뇌를 담았다. 쓸쓸하고 스산한 선율, 중국의 시를 번안한 가사에서는 동양적인 정조가 배어나 어떤 초연함 마저 느껴진다. 당대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죽음에 이르는 징크스를 겪자 말러는 이를 두려워하여 아홉 번째 교향곡인 이 작품에 끝내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사실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박영민 상임지휘자는 부천필의 상징과 같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대해 “처음부터 사이클을 완주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 말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온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을 듣고 누군가는 이렇게 표현할 것이다. 이 얼마나 운명 같은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