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목소리, 세련된 무대
힐리어드 앙상블 음악극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The Hilliard Ensemble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composed & directed by Heiner Goebbels
중세와 현대에 집중하는 특색있는 레퍼토리를 숭고한 목소리와 정제된 음악성으로 선보이며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영국의 아 카펠라 4인방 힐리어드 앙상블(The Hilliard Ensemble)이 이번에는 유럽 최고의 음악극 거장으로 명성이 높은 독일의 작곡가 겸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와 만났다.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제목부터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들의 음악극은 하이너 괴벨스가 고른 20세기 세 문호의 시를 바탕으로 한다. 20세기 위기에 처한 인간성의 단면을 그린 T.S.엘리엇의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모리스 블랑쇼의 <낮의 광기> 그리고 사무엘 베케트의 <Worstward Ho>를 바탕으로 한 이 음악극은 파편화된 이름없는 ‘나(I)’가 뚜렷한 캐릭터 없이 모호하게 무대 위에 그려지면서 자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전체 제목은 블랑쇼의 <낮의 광기>의 한 구문에서 비롯되었다.
시(텍스트)와 음악, 비디오와 무대 이미지를 신비롭게 오가는 괴벨스 특유의 비범한 연출과 나지막이 시를 읊고 노래를 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힐리어드 앙상블의 존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수작인 이 작품은 2008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후 호평 속에 전세계를 투어했으며, 이번에 아시아 관객을 처음으로 만난다.
중세와 현대, 그리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색소포니스트 얀 가바렉과의 <오피시움>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힐리어드 앙상블의 성공적인 첫 음악극 외출이자, 유럽 음악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을 이룩하고 있는 하이너 괴벨스의 세련된 무대미학이 집결된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는 우리의 지성과 감성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이다.
“무대엔살롱하나, 집한채, 호텔방 하나가 있지만 그것이 뭔가를 의미하는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보게될 것은 듣게 되는것만큼의 경험일것이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 나는 좁은 의미를 담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합니다.“ - 하이너괴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