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오는 10월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키신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로 여겨지고 있다. 열 두 살에 모스크바 공연으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16세에 유럽 무대에 올랐고, 18세에는 카네기홀 데뷔에서 관객과 평단을 충격으로 몰고 간 공연을 선사한다. 객석에서 이 공연을 지켜본 유명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건 웃음 밖에 없었다”고 허탈하게 얘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키신의 내한 공연은 항상 화제를 몰고 왔다. 2006년 리사이틀은 공연 한 달 전, 2009년은 티켓 판매 개시 5시간, 2014년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고, 세 공연 모두 그 해 예술의전당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하였다. 그의 공연장은 언제나 로비에서라도 연주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긴 사인회 줄로 예술의전당 로비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뿐만 아니라 이 장르의 곡을 모두 통틀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곡이다. 이처럼 스케일이 거대하고, 기교적이고, 지적이고, 해설적인 곡을 연주하려면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도 쉽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40대에 들면서 베토벤 후기 소나타로 특히 극찬을 받아온 키신이기에 너무나도 반가운 선곡이 아닐 수 없다.
후반부는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로 채워진다. 뉴욕 타임즈가 “극강의 테크닉과 풍부한 예술성의 완벽한 조화”, 텔레그라프가 “아름답게 반짝이는 명징함”이라 극찬했던 그의 연주가 러시아 감성과 만나 폭발할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