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헨델
<국제 바흐 페스티벌>이 제3회를 맞는다.
올해의 주제는 ‘바흐와 헨델’이다.
서양음악사에서 바로크 시대만큼 역동적이었던 시대는 없다.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분출되면서 오페라를 비롯하여 갖가지 장르와 형식들이 창안되고 자리잡아간 시대였다. 그리고 150여년이 흐르는 동안 곳곳에서 위대한 음악가들이 나타나 스스로 개성의 빛을 발하면서도 또한 일관되게 ‘바로크적’이었던 특별한 시대였다. 이 찬란한 시대의 최정점에 바흐가 있었고, 헨델이 있었다.
바흐와 헨델은 동시대인이지만 서로 비교할 수 없다. 그 음악의 뿌리가 서로 다르고, 음악가로서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도, 자연인으로서의 삶의 모습도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서양 음악사의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이 두 거장의 이례적인 ‘서로 다름’이 우리의 관심사이다.
바흐 페스티벌은 당대연주 페스티벌이고 학술대회를 곁들인 바로크 음악 축제이다. 올해도 각 분야별로 최고의 연주자들을 초청하였다. 매튜 홀스와 임선혜가 함께하는 ‘레트로스펙트’의 두 콘서트는 한국 초연 곡들로 짜인 프로그램 자체부터 의욕적이다. 홉킨슨 스미스(류트)와 봅 판 아스페렌(쳄발로)은 대가들이 도달한 경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헬무트 릴링을 초청한 것은 바흐 음악에 헌신해 온 노대가에 대한 경배의 기회를 갖고자 함이다.
우리는 이 바흐 페스티벌이 바흐 음악을 사랑하고 바로크 음악을 아끼는 청중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특별한 페스티벌로 자리잡기 바라면서,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역사를 만든 사람, 릴링이 온다.
전 세계 합창인들의 우상인 헬무트 릴링이 마침내 한국에 온다. 반세기 이상을 함께 해온 자신의 합창단 게힝어 칸토라이와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솔리스트 등 70여명을 거느리고 온다.
릴링은 평생동안 바흐 음악에 헌신해 왔다. 바흐 음악이 지금 이만큼 대중에게 친숙해 진 것은 상당부분 그의 공적이다. 그는 일찍이 전문 합창단과 관현악단을 만들고, 누구보다 앞서 칸타타 등 전곡 녹음을 시작하여 완결시키며 바흐 연주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오직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경배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바흐 아카데미는 합창인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그는 진정한 이 시대의 바흐 메신저이다.
이 콘서트의 프로그램은 세심하게 짜여졌다.
바흐의 초기 칸타타, 그리고 모테트, 마니피카트에서 대표적인 곡을 한 곡씩 택했다. 여기에 헨델이 이탈리아에서 작곡한 초기의 대표작 <딕시트 도미누스>를 대비시키고 있다. 바흐와 헨델을 한 무대에서 견줘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