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테크닉, 폭넓은 레퍼토리,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연주로 평가 받고 있는 “작은 거인”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의 음악인생 40주년 기념 음악회
일찍이 13세에 서울시향과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바이올린 강국의 전통을 이어갈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이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살아온 그의 음악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갖는다. 해외 유학이 어려운 시절 프랑스 정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과 파리 에꼴 노르말에서 수학한 피호영은 1994년 비르투오조 4중주단을 창단,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며 실내악 연주를 활성화시킨 우리나라 실내악단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를 진행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전곡과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한 악장씩 연달아 연주하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실내악단 크레메레타 발티카의 연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제자와 음악 지인들로 구성될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 피호영의 음악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더욱 빛내줄 것이다. 처음으로 비발디 “사계” 전곡 연주에 도전하며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피호영의 무르익은 음악세계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변화무쌍한 ‘사계’와 닮아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의 음악인생 40년!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인 비발디 “사계”와 현대 탱고 음악의 대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한 악장씩 차례로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자신의 음악인생 4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준 이들에 대한 피호영의 마음이 담긴 선곡이다. 귀에 익숙하여 대중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자 대중이 사랑한 자신의 테크닉과 서정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인 것이다. 계절의 변화무쌍함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두 작품은 40년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마침내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으며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호영의 삶과도 닮아있다.
음악인생 40년이라는 기나긴 여정에서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에는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가 함께 했다. 그의 모친 김소희 여사는 어려운 환경에도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뛰어난 예술가로 키워내어 자녀 예술교육의 귀감이 되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09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자신의 아이들을 음악가로 기르면서 어머니의 헌신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피호영. 그가 연주하는 사계에는 자신의 음악인생 40년뿐만 아니라 모친 김소희 여사의 헌신의 세월 40년도 투영되어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에 대한 그의 이해와 감사의 마음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크 음악의 대표 작곡가 비발디의 “사계” vs 현대 탱고 음악의 대가 피아졸라의 “사계”
피아졸라의 사계와 비발디의 사계는 네 계절을 묘사한다는 점과 매우 비르투오소적인 스타일의 솔로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 구조 안에서 등장한다는 점이 똑같다. 하지만 비발디의 사계는 각 계절이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피아졸라의 사계는 한 악장이 몇몇 부분으로 나뉘어 악장 안에서 여러 분위기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차이를 보인다.
피아졸라 “사계”의 원곡은 '네 계절의 포르테냐(Cuatro estaciones portenas)' 로 피아졸라가 자신의 탱고 앙상블 편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바이올리니스트의 기량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곡은 아니었다. 1991년 작곡가 모렐렌바움(Morelenbaum)이 이 곡을 3대의 첼로와, 더블베이스, 그리고 목관 5중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라는 타이틀로 녹음하면서 이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 작곡가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Leonid Desyatnikov)가 탱고 앙상블을 위한 이 곡을 비발디의 협주곡과 같은 편성으로 바꾸고, 원곡에는 없던 비발디의 악상을 인용해 넣으면서 비발디의 “사계” 가 명확하게 투영되는 오늘날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가 탄생하게 된다. 데샤트니코프는 피아졸라의 고향인 아르헨티나가 비발디가 태어난 이탈리아와는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이기 때문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여름'에 비발디의 겨울 악장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비발디의 “사계”와의 연결성을 부여하였다. 이로 인해 같은 계절을 표현하는 곡이지만 작곡가, 시대의 차이뿐만 아니라 미묘하게 숨어있는 계절의 차이 또한 느낄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이 편곡은 또한 활털을 이용해 연주하던 부분이 다음에 다시 등장할 때에는 활의 나무 부분을 이용해 연주하도록 하는 등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해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의 음악인생 40년을 투영해볼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그만의 완벽한 테크닉과 서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