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가 오랫동안 감춰왔던 바로 그 레퍼토리, 슈베르트
건반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낭만파 음악의 진수 슈베르트의 작품을 묶어 '슈베르트 이브닝'으로 음악 팬을 찾는다. 성직자가 성지를 찾아다니듯 연주 인생40년 동안 항상 치열한 탐구 정신으로 한 작곡가 한 시리즈를 선택하면 몰아치듯 철저히 파고드는 그의 기질이 묻어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번 레터토리는 보통 연주자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슈베르트 특유의 깊고 편안한 음악 세계와 누구보다 진중한 백건우의 조합은 음악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남이다
라벨과 무소르크스키, 포레, 모차르트, 베토벤, 리스트, 스크라이빈을 비롯한 일련의 러시아 작곡가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걸어온 길에는 작곡가의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20년 전에는 메시앙류의 현대음악에 몰두하기도 했다. 백건우는 수박 겉핥는 연주가 싫어서 전곡을 파고들었고, 같은 시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비교하면서 연주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린 연주자이다. 백건우라는 이름 앞에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를 자연스레 붙일수 있는 이유도 바로 한우물을 파는 아티스트 집년이 근원에 있다.
"어느 시대나 유행과 흐름이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 젊은 여주자들은 겉으로 나타나는 화려함이나 쇼맨십에 너무 치중해요. 청중도 그런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상당히 두렵습니다. 반짝 빛을 내다 사라지는 오래 남지 못하는 연주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한마디로 음악이 위태롭습니다. 음악은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오랜 시간을 요구합니다. 2007년 베토벤 소타타 전곡 시리즈, 2011년 리스트 시리즈 완주 이후 호흡을 가다듬은 백건우는 지금도 내면의 수필과 같은 슈베르트의 건반곡들을 탐구하고 있다, 질박하면서도 진솔한 라두, 루푸, 정제되고 투명한 빛깔의 안드라프 쉬프,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가득한 머리 페라이어의 슈베르트, 우리 시대의 거장 백건우가 보여줄 슈베르트상은 과연 무엇일지 초가을 무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