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Giuseppe Verdi : 1813 ~ 1901)는 19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서 로시니(G. Rossini)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의 극음악을 최고의 경지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 이르러 훌륭한 교회음악 작품들을 남겼으며, 그 중 가장 완성도 높은 ‘Messa da Requiem(진혼 미사곡)’은 서양음악사에 가장 기념비적인 의의를 지니는 진혼 미사곡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오페라 작법이 최고의 경지에 이를 무렵에 작곡된 이 곡은 진혼 미사곡의 가사가 내포하는 극적인 요소를 추출하여 음악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도록 완성되었다. 이전 세대의 대 작곡가들조차 완성하지 못한 진혼 미사곡의 음악적 표현의 전형이 베르디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으므로 이 곡은 음악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디의 <레퀴엠>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네 명의 독창자에 혼성 4부 합창과 비교적 편성이 큰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가 ‘입당송과 키리에’, 제2부는 ‘속창’으로 제1곡 ‘진노의 날’, 제2곡 ‘이상한 나팔소리’, 제3곡 ‘이제 기록은 분명히 드러나고’, 제4곡 ‘가엾은 나’, 제5곡 ‘영광의 왕’, 제6곡 ‘주여, 기억해 주소서’, 제7곡 ‘나의 울음을 들으소서’, 제8곡 ‘사악한 자가 판결을 받을 때’, 제9곡 ‘눈물의 날’로 이루어져 있다. 제3부는 ‘봉헌송’, 제4부는 ‘거룩하다’, 제5부 ‘하나님의 어린양’, 제6부 ‘성체 배령송’, 제7부 ‘나를 구원하소서’가 추가된다. 레퀴엠의 많은 곡들이 영화나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