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뜨거운 심장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6년만의 내한
러시아의 광활한 자연을 닮은 장대한 스케일과 원초적인 소리로 독자적인 러시아 사운드를 주조해온 지휘자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가 이끄는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이 6년 만에 네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냉전과 아날로그 시절에 페도세예프와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조합은 스베틀라노프 & USSR 국립관현악단, 콘드라신 & 모스크바 필, 므라빈스키 & 레닌그라드 필과 함께 러시아 악단을 상징하는 빛나는 이름이었다. 지역성이 점차 옅어지는 세계 관현악 시장에서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대지와 맞닿은 듯한 무구한 낭만성으로 러시아와 서방에 신선한 공감을 일으켰다. 특히 오랜 세월 지휘자 페도세예프와 고락을 함께하면서 ‘심포니 문화의 마지막 요새(bastion)’로 기능하고 있다. 25∼30년씩 교향악단에 몸담은 단원이 수두룩하다. 지휘자와 단원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관계로 눈빛만 봐도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악단의 분위기는 수많은 공연과 음반에서 한결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지휘 기술이 좋아도 관객의 가슴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없다”는 신조로 삶을 이해하고 연주자들의 마음을 읽고 객석의 반응에 대답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나이 여든에도 단련해가는 페도세예프가 꾸민 특별한 러시안 레퍼토리로 내한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전반부에는 2010년 세계 최상의 바이올린 경연,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사상 첫 한국인 우승자로 기록되는 클라라 주미 강이 가공할 테크닉이 빛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힘과 깊이를 겸비한 이 시대 한국 최고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가 누구인지를 보이는 절정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후반부 메인 레퍼토리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이다. 러시아 현대 지휘사의 정수를 계승하고 있는 페도세예프의 마법과 같은 지휘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디테일과 핵심을 낱낱이 관객 앞에 보이는 무대이다.